고흐

책에서 2014.08.02 20:46

 

 

"의자, 침대, 구두 한 쌍. 그것들을 그린 그의 행위는 목수나 구두공이 그 물건들을 만드는 행위에 다른 어떤 화가들보다 더 가까이 가 있다. 그는 제품의 부품들-다리, 가로목, 등받이, 앉음판 또는 구두창, 앞가죽, 구두혀, 굽-을 모아, 마치 실제로 물건을 만들 듯이 그것들을 '결합'시켰는데, 이 '결합이야말로 그 물건들의 실재를 드러내는 듯했다.

 

(...)

 

꽃이 핀 작은 배나무를 그릴 경우, 고흐는 수액의 상승, 움의 형성, 움의 터짐, 꽃의 개화, 암술대의 뻗침, 줄기 끝의 단단해짐 등 이런 모든 움직임을 그의 그림 안에 나타내고 있다. 만약 도로를 그릴 경우, 그의 상상 속에서는 도로 건설 인부들이 거기 있었다. 쟁기질하는 땅을 그릴 때는 그 땅을 뒤엎는 쟁기의 동작이 그림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. 어디를 보든 그는 노동의 존재를 보았다. 그리고 그렇게 인지된 노동을 통해 자신의 실재를 구성했다."

 

 

존 버거, <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, 내 가슴> 94쪽

 

 

 

 

'책에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고흐  (0) 2014.08.02
말벌  (0) 2014.08.02
행복감  (0) 2014.08.02
  (0) 2014.08.02
Posted by 겨슭